많은 사람들이 이터널스를 느리거나 복잡하다고 평가했지만, 그 안의 서사적 깊이, 시각적 예술성, 도덕적 질문은 이 영화를 단순한 히어로 블록버스터 이상의 작품으로 끌어올립니다.
1. 불멸과 존재의 의미를 다룬 대담한 서사
일반적인 마블 영화가 유머와 액션 중심으로 전개되는 반면, 이터널스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각 이터널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멸의 삶을 받아들입니다. 세르시는 인간과의 연결을 추구하고, 이카리스는 충성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씨나는 내면의 혼란과 싸웁니다. 이 영화의 성찰적인 분위기는 수천 년 동안 문명의 흥망을 지켜본 존재들의 외로움을 반영합니다. 이터널스는 단순히 세상을 또 한 번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왜 세상을 구해야 하는가’를 묻는 이야기입니다.
2. 시적인 영상미와 신화적 웅장함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은 이터널스를 시각적인 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광활한 풍경,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회화적인 구도는 기존 마블의 디지털 미학과 뚜렷이 구분됩니다. 모든 장면이 의도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사 없이도 스토리를 전합니다. 카메라는 우주의 거대함과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동시에 포착하며, 신적인 존재조차 우주 앞에서는 작아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소 느리게 느껴지는 전개조차도 ‘영원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3. 다양성과 감정의 진정성을 담은 캐릭터 구성
이터널스는 마블 최초로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인 슈퍼히어로와 청각장애 전사, 그리고 가장 다양한 인종 구성을 가진 캐릭터들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성이 단순한 상징으로 소비되지 않고, 캐릭터의 본질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파스토스의 가족 장면은 MCU 전체에서 가장 진심 어린 순간 중 하나로, 거대한 우주적 서사 속에서도 인간적인 사랑과 취약함을 보여줍니다.
4. MCU 공식을 깨는 독창적인 이야기 구조
마블의 대부분 작품은 빠른 전개, 유머, 명확한 선악 구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터널스는 의도적으로 그 공식을 깨뜨립니다. 이 영화의 갈등은 ‘선과 악’이 아니라, ‘의무와 양심’, ‘사랑과 충성심’ 사이의 대립입니다. 셀레스티얼의 계획은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웅이 모든 사람을 구해야만 하는가?” 이 도덕적 모호함은 일부 관객을 낯설게 했지만, 동시에 MCU에서 보기 드문 철학적 깊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터널스를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이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이터널스는 시대를 앞서간 영화였습니다. 슈퍼히어로 신화를 예술적 감성으로 결합시킨 이 영화는 거대하면서도 섬세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진심만큼은 분명히 전해집니다. MCU가 계속 확장되는 지금, 이터널스는 조용히 슈퍼히어로 서사의 방향을 바꾼 중요한 전환점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를 “실패한 마블 영화”로 단정짓기 전에, 한 번 더 열린 마음으로 다시 보시길 권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 속에서 ‘영웅’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